로컬의 오솔길 제6강 후기

할아버지의 바다에서 미래세대의 바다로

바다의 도시 부산에서 나고 자랐지만 부산의 어업이나 수산, 한국의 어업이나 세계의 어업이 어떤 과정으로 발달되고 유지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차라리 관심이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생업의 현장도 아닐 뿐더러 바다는 항상 주어져 있는 ‘공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바다와 바다에서의 생업들은 그저 있는 것이거나 “극한직업”으로 ‘소개’되어 ‘나’의 현장이라는 감각을 갖기 어렵게 만든 미디어의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공기를 의식할 필요가 없듯이 혹은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현장으로부터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처럼 바다와 그 생업들로부터 항상 한 걸음 비켜설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것인지도 몰랐다.

이번 강의를 통해 한국 어업의 발달 그리고 세계 어업의 발달 더 나아가 그 안에서 지속가능어업에 초점을 맞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래서 더욱 흥미로웠다. 하지만 바다와 생업들로부터 벌어진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으로부터 비롯된 ‘흥미’는 오래가지 못했다. 부산에 대한 세간의 ‘노인과 바다’라는 혐오발화성 표현에서부터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풍문에 콧방귀를 껴왔지만, 점점 고령화되는 어업의 현실이 ‘실감’되었기 때문이다. 어업인을 위한 다양한 제도들이 있지만, 2000년대 이후 어촌의 유입되는 인구가 거의 없다는 이야기는 씁쓸함을 넘어 해안선을 낀 거의 모든 도시가 재생산의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알려주었다. 

바다와 그 생업들의 ‘재생산’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그냥 산업 하나가 사라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4차산업 운운하지만 ‘어업’이 붕괴된다는 건, 부산이든 한국이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삶의 재생산도 위기에 봉착한다는 긴급한 신호와 다를 바 없어서다. 이런 위기를 내버려 둘 수 없다면, 토착민에 의한 생계형 어업으로 이루어진 한국의 어업 구조와 달리 원주민의 권리를 중심으로 어업 구조가 짜인 서구의 어업을 참조할 필요가 있을 듯했다. 한국의 어업이 처해 있는 아주 복잡한 경제적, 인구학적 문제가 적어도 저쪽에선 일어나지 않았는데, 원주민 권리 평가지표가 국제지속가능수산업 인증 표준에 근거해 지켜지고 있었다.

요컨대, 

1.해양 자원을 공동 재산으로 인식 →
2.지속가능 최대 생산량을 충족하는 수준의 쿼터를 개별로 할당 →
3.거래

로 이루어지는 어업 시스템이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런 시스템이 자원 보호에서부터 안전 그리고 어업을 통한 삶의 재생산 긍정적인 역할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이를 도입하기에는 아주 지난한 문턱들이 가로 놓여 있겠지만,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어 보였다. 이번 강의의 타이틀처럼 할아버지의 바다에서 미래세대의 바다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어업 현실을 위축시키는 제도적인 해결책이 고안되어 어업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해야 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어업 위기란 곧 미래세대의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음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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